영화 [루키]는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했던 지미 모리스라는 선수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역사상 수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열정을 바쳤고, 많은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졌지만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가 35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미 모리스(짐 모리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텍사스 빅레이크 마을의 전설로 시작된다. ‘산타리타 넘버 1 정유회사’의 기원에 얽혀있는 이야기이다. 1923년 땅에 석유가 묻혀있다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투자한 두 수녀는 다시 그 돈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남자가 튄 것이다). 사제는 두 수녀에게 장미꽃으로 그곳에 은총을 구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불가능한 꿈이 이루어지게 해 주는 리타 성자님의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결국 사기꾼은 포기하라는 말을 빙빙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그 은총 덕분인지 텍사스에서는 원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야구의 시대가 전개되고, 베이브 루스와 루게릭 등의 야구 선수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꿈을 키워왔다. 그 아이들 중의 한 소년인 지미 모리스는 군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으로 이사다니면서도 야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1973년 코네티컷 주 – 버지니아 주 로아노크 – 플로리다 주 할리우드 – 텍사스 주 빅 레이크).
세월은 흘러서 지미 모리스는 텍사스 주의 빅 레이크 고등학교의 화학교사로 일하게 된다. 지미 모리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부상으로 인해서 꿈이 좌절되고 결국 고등학교의 화학교사로 일하면서 그 학교의 야구팀(아울스)의 감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지미 모리스는 그리고 가끔 남몰래 피칭 연습을 한다. 아마도 야구는 포기했지만, 공을 던지는 것을 계속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나도 어렸을 때 우연하게 읽은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읽으며 역사를 전공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요즘에 역사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읽고 있다. 아마 이런 느낌 아닐까?)
달밤에 체조... 아니 야구를 하는 지미 모리스 |
빅 레이크 고등학교는 야구팀 보다는 미식축구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야구 연습장에 잔디가 없어서 먼지만 풀풀 날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잔디 씨앗을 심지만 효과가 없었다. 운동장에 잔디 씨앗을 매번 뿌리지만 사슴이 밤에 찾아와서 잔디의 씨앗을 먹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미 모리스.
학생들 중 포수였던 친구가 연습이 끝난 후에 한 번 던져보라고 제안하고 그때 전력으로 투구했을 때 놀라운 구속을 확인하게 된다. 나중에 학생들이 연습할 때, 투수가 없어서 지미 모리스가 대신 공을 던져주기로 하는데, 제대로 공을 던지게 되자 학생들은 지미 모리스를 다시 보게 된다.
지미 모리스가 담당한 야구팀의 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계속적인 패배에 풀이 죽어 있는 학생들에게 지미 모리스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생에서 뭘 추구하고 뭘 꿈꾸느냐를 말한 거야. 꿈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어!”
감독님의 꿈은요? |
너희들이 지역 챔피언이 되면, 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
이때 학생들은 오히려 지미 모리스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고, 자신들이 지역 챔피언이 되면 지미 모리스에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냐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지미 모리스는 밤늦게 귀가하는 도중에 길거리에 차량 스피드 측정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공의 스피드를 측정해 본다. 측정기에 찍힌 숫자는 76마일(122km)의 평범한 빠르기였다. 약간 실망하고 공을 주으러 갈 때, 측정기는 숫자를 다시 정정해서 보여준다. 그때 나타난 속도는 96마일(157km)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속도?!@$@!??' |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망정이지 엄청 X필렸겠군...' |
96마일... 형광등 갈아 끼워야... |
야구 연습장의 잔디 씨를 사슴이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뿌려서 잔디 씨앗을 보호했고, 결국 연습장에 잔디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들의 생일날 아버지 집에 방문한 지미 모리스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야구하던 사진을 벽에 걸어놓은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이혼한 아내가 주고 갔다고 말한다. 곧이어 어머니를 찾아간 지미 모리스에게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충고하는 어머니...
“그런데 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했나요?”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마도 그 의미는 한 번만 더 그 따위 질문을 하면 턱주가리를 날리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여하간 어머니는 아들이 야구를 못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부상 때문이지 아버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한다)
학생들과의 연습 중에 아이들은 실전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피칭이 필요하다고 하고, 지미 모리스는 (연습겸?) 강속구를 뿌려준다.
아울스 팀은 이후 연승 가도를 달리며 지역 챔피언 결승전에 진출한다. 기쁘지만 부담이 점점 가중되는 지미 모리스... (그렇다고 패하라고 기도할 수는 없고...^^;;;) 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포스워트 교육청에서 지미 모리스를 찾아온다. 더 좋은 학교에서 자리가 났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중에 아내의 대사에서 언급되듯이 연봉이 두 배다!)
이제 한 경기 남았다!! |
포스워트 교육청에서 왔습니다... |
결승전을 앞두고 일장 연설하는 지미 모리스에게 ‘내년에도 우리를 가르칠 거죠?’라고 질문하는 학생들... 일단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지미 모리스...
"내년에도 우리 가르칠거죠?" |
"일단 오늘 경기에 신경쓰자!" |
학생들은 결국 지역 챔피언에 올랐다. 이제는 지미 모리스의 차례가 되었다. 지미 모리스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메이저리그 테스트를 받기 위해 97마일 떨어져 있는 센 안젤로까지 간다. (뭐 일단 테스트는 받아보았지만 역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변명을 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테스트 장소에서 지미 모리스는 옛 동료인 패터슨을 만난다. 패터슨과는 밀워키 부르어스에서 잠깐 같이 선수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 패터슨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가 되어 있었다.
"테스트는 누가?" "내가..." |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지미 모리스가 던진 공의 빠르기를 보고 상당히 놀란다. 패터슨은 테스트를 받고 떠나는 지미 모리스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지미 모리스의 빠른공을 보고 놀란 사람들... |
"내가 공을 받아봤는데... 장난 아니었어요..." |
"그 나이에 157km를 던지는 사람은 없어..." |
지미 모리스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도착한 지미 모리스의 아내는 전화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게 된다. 뒤늦게 도착한 지미 모리스는 메이저리그 테스트를 받았다고 이실직고 하고, 현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에서 157km를 던지는 선수는 별로 없다면서 나름 흥분한다.
비가 오는 날,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집에까지 찾아오고 지미 모리스는 그들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공을 던진다.
'괜히 비오는 날 찾아와서... 개고생을 하게 하다니... -_-;;;' |
'괜히 비오는 날 찾아와서 이런 개고생을 시키다니... -_-;;;' (포수) |
97km가 아니나 97마일... (157km) |
결국 지미 모리스는 템파베이에서 입단 제의를 받게 된다. 물론 직접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거 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활약에 따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늦은 나이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원정경기가 많기 때문에 집을 떠나 생활해야 하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것 등으로 주인공은 고민에 빠진다.
선택의 기로에서 지미 모리스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들의 꿈에 대해서는 시큰둥하게 생각하던 지미 모리스의 아버지였지만 무언가 인생의 중대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아버지를 찾아간 것이다. 아마도 ‘열심히 해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자신이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때 아버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해준다.
'괜히 이런 충고해서 아들이 더 나를 싫어하겠군...' |
“하고 싶은 일과 운명적인 일을 판단할 때, 감정에 흔들리면 안된다.”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가 너무 매몰차게 대답했다고 삐져있는 지미 모리스에게 아내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다시금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할 즈음에, 아내는 자고 있는 아들이 유명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사진을 벽에 걸어둔 것을 보면서 남편에게 도전해 보라고 한다.
“빛 속에서든 뙤약볕 속에서든 아빠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파서 기다리는 어린 아들이 있잖아. 이제와서 포기하면 아이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진심어린 응원에 힘입어, 결국 지미 모리스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한다(1999년 6월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와 계약). 이러한 지미의 선택은 일면 가정에 무책임할 수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뒤에 아내는 세 아이들을 혼자서 키우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현재 주어진 기회를 포기해 버리면(도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나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뻔 했다!’고 말하면서 주변의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고 자신이 아닌 주변의 환경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변명하는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의 상황에서 무언가는 포기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된 지미 모리스는 메이저리그와는 다른 경기 분위기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물론 지미 모리스를 선택한 구단은 지미 모리스가 갖고 있는 인생이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거리를 찾아 헤매는 방송국이 그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고 대단한 팀의 홍보효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너리그까지 방송국에서 찾아와서 지미 모리스를 인터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인터뷰 이후에 곳곳에서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야구를 보러온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주인공... 어렸을 때 자신과 야구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를 생각하는 걸까? |
괜히 자신이 다른 젊은 선수의 앞길을 막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계속되는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친 지미 모리스는 포기하고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꿈을 쫓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채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겹친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일단 시작했으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라고 한다.
포기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아내의 뼈 있는 말은, ‘시작할 때는 너 맘대로 시작했지만 끝날때는 허락받아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너가 마이너리그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하는데, 쉽게 포기하면 내 수고는 뭐냐?’ 이런 뜻일 수도 있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해 본다.
메이저리그 근처까지는 운명이 결정해 주지만, 결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본인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름 구단의 선전 효과로 선택된 선수일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아주 무시하지 않지만, 그것을 실력으로 극복해야 했다.
지미 모리스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야구 선수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처럼 꿈을 위해서 야구를 하는 어린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꿈을 위해서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지미 모리스는 브룩스라는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 선수 명단에 뽑히게 된다. 공교롭게도 지미 모리스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이후의 상대는 텍사스 레인저스 팀이었다. 지미 모리스가 메이저리그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은 텍사스 빅 레이크 마을 사람들은 지미 모리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텍사스의 홈 경기장인 ‘알링턴 볼파크’ 경기장으로 단체 관람을 하기로 결정한다.
"당신과 브룩스가 함께 텍사스로 가야 해요..." |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군...' |
지미 모리스의 전화를 받고 기뻐하는 아내 |
"감독님이 드디어 해냈어요!!" |
"지미 모리스의 경기를 구경하러 갑시다!" |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브룩스와 함께 경기장에 도착한 지미 모리스는 자신의 라커룸에서 “리타 성자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목걸이를 발견한다. 지미 모리스의 등넘버는 63번이었다.
"리타 성자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 |
경기는 텍사스의 우세로 기울어졌다. 기울어진 상황에서 아마도 패전처리 투수로 기용할 의사였던 것 같은데, 지미 모리스는 결국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승패와는 상관없이 그의 등장에 환호하는 마을 사람들….
지미 모리스는 승패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상대한 선수(텍사스의 유격수 클레이튼)를 삼진으로 잡는다.
지미 모리스는 경기가 끝나고 몰려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하다가 문득 아버지를 발견한다. 평소 무뚝뚝하게 아들을 대했지만 그는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달려온 것이다.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삼진을 잡았던 공을 아버지에게 선물로 준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등판을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주인공...
지미 모리스는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는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성적으로 2년 뒤에 은퇴한다. 그러나 미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화학교사였던 그가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된 스토리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게 되었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좋은 소재거리가 된 것이다.